블로그 히스토리

나는 블로그를 왜 하는가? 사실 나는 글쓰기를 잘 못한다.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다. 블로그는 글을 쓰는데 최적화 된 매체로써 딱히 글쓰기에 흥미가 없는 필자에겐 매력적인 공간이 아니다. 그럼에도 왜 블로그를 하고 여전히 놓지 못하고 있을까?

나는 어릴적 부터 무언가를 만드는데 흥미를 가졌던 것 같다. 스타크래프트를 시작했을 때에도 게임을 하면서 상대방과 다투는 것 보다는 맵 에디터를 통해서 맵을 만들고 트리거를 익히는 등 만드는 것에 흥미를 두었다. 아오오니가 유행할때도 RPGXP라는 툴에 관심을 가졌고 던파를 했을 때에도 스킬 이펙트나 외형등 스킨에 더 관심이 갔다. 그런 창작 활동을 좋아하는 필자에게 블로그는 훌륭한 매체였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웹사이트에 내가 만든 것을 공유하고 조언을 얻는 것은 매우 재미난 일이었다.

스타크래프트 맵을 공유하는 등 블로그를 근근히 사용하고 있었지만 친구가 블로그를 시작하자고 말한 이후로 블로그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모든 글은 가운데 정렬, 문단 사이의 간격은 200%를 주며 3칸의 공백을 사이에 두었다. 전형적인 네이버 블로그였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사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블로그를 운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관심이 받고 싶었던 것 같다.

게임 부문

아트 부문

음악 부문

정보 부문

팔로워

뭐 바라던대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타이밍이나 키워드를 잡는 능력이 좋았던 것 같다. 당시엔 지금처럼 저작권이나 체면, 인성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던 시기이기에 가능했던 일들이라 생각한다. 당시에는 개발자가 될 생각도 여지도 없었기에 그저 소비적인 컨텐츠를 만들며 블로그가 커지기만을 바랬다. 하지만 주변 지인들이 블로그의 존재를 알아가면서 너무나 부담스러웠고 덕분에 블로그를 지우게 되었다.

군대를 전역하고 티스토리에 관심이 생겼다. 돈을 벌고 싶었기 때문이다.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했던 시절의 피지컬만 나온다면 수입이 짭짤할 것이라 생각했다. 또한 블로그를 하면서 수업에서 들은 내용을 정리한다면 일석이조가 아닌가? 내가 만든 프로그램까지 공유한다면 일섬삼조?! 초대장은 구걸을 통하여 간단히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네이버와 달리 티스토리는 장벽이 너무 높았다.

티스토리 블로그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있었지만 웹 지식은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스스로 공부해야 했다. HTML, CSS, JS 등등 검색 로봇에 대한 SEO를 향상하는 그런 활동들도 직접해야 했는데 티스토리 덕분에 프론트엔드의 지식을 많이 쌓았다고 생각한다. 창작활동에 흥미가 있었기에 디자인을 수정하거나 만드는 건 정말 끔찍하게 재밌는 일이었다. 나도 모르게 밤을 지새웠다. 어느날은 플래닛 코스터라는 게임을 하다가 로딩화면이 맘에 들어 따라 만들었는데 만들고 난 후에 스스로를 굉장히 기특해 했다. 다만 미니멀 라이프로 인해서, 네이버의 횡포(?)로 인해 티스토리가 지워지게 되었다.

네이버 검색량도 쭉쭉떨어져 뭐 거진 망한거나 마찬가지였지만 '티스토리가 망하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이 들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Jekyll이라는 도구를 선택하여 블로그를 운영하게 되었다. 솔직히 미친 생각이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티스토리가 망하는 것 보다도 내가 스스로 서비스 중단하는게 더 빠를듯하다. 여하지간 온전히 내 블로그를 직접 보관하고 직접 서비스하기 위해서 Jekyll을 선택하여 블로그를 운영하고자 하였다.

깃허브 블로그

사실 Jekyll은 그리 맘에 드는 도구는 아니었다. 마크다운이라는 양식도 크게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건 이제서야 느끼지만 티스토리에서 얻은 지식이 굉장히 얕고 온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그런 의미에서 Jekyll을 만난 것도 신이 주신 기회였다. 마크다운은 정말 역사적인 기술이다. 문서작업에 탁월하며, 문서작업이 핵심인 블로그에는 두말할 것이 있을까? 익숙해지면 질수록 훌륭한 기술임을 알 수 있다.

또한 Jekyll을 리눅스에서 돌려야했기에 리눅스에 대한 지식이나 Nginx에 대해서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클라우드 플레어도 연결해보고 도메인도 구매해보는 등 티스토리와는 또 다른 영역의 지식을 터득할 수 있었다. 다만 Jekyll의 단점은 정적 페이지 생성기라는 것에서 온다. 정적 페이지 생성기는 심플하고 좋다. 변경된 점이 있다면 빌드하면 된다. 사용자는 백엔드없이 정적 페이지를 받아볼 수 있다. 그렇기에 사용자가 댓글을 달 수 없어 외부 서비스인 Disqus를 써야하고, 또한 이미지 업로드는 역대급으로 최악이다. 또한 간단한 오타를 발견하면? 다시 빌드해야 된다.

블렉스

그걸 온전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블로그를 만드는 것이었다. 마침 Django라는 Python 웹 프레임워크를 알게 되었는데 이 친구가 너무나 맘에 들었던 이유는 백엔드 부분은 Python을 사용하고 프론트엔드 부분은 Jekyll과 똑같은 Liquid 문법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파이썬으로 내 맘대로 기능도 만들면서 프론트는 새로 익힐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만들어진게 BLEX다. 블렉스의 모든 디자인은 Jekyll 블로그가 근간이 되었다. 아마도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직접 개발할 수 있으므로 아마도 이곳이 나의 마지막 블로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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