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3주차 회고

1. 완벽한 나

나는 대학생 시절부터 '무엇이든 완벽하게 해야 한다', '완벽하게 하지 못한다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라는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이런 생각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도 가끔 비슷한 생각을 하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생각해보면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완벽해질 수 없다. 당연함을 거스르고자 했던 나를 되돌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망가져 있었다.

1분 1초가 아까워서 계획을 분 단위로 세웠다. 남들이 왜 그렇게까지 악착같이 사느냐는 질문에 마땅히 할만한 대답도 없었다. 시간을 낭비하는 게 완벽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꽤 열심히 살았지만, 항상 쫓기듯이 살았고 강박적인 사고에 빠져 있었다. 이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예상하지 못한 상황은 나를 많이 당황스럽게 만든다.

완벽주의의 기저에는 불안이 깔려 있다. 조별과제를 진행할 때는 팀장으로서 팀원, 다른 조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자 했고. 지금은 나에게 할당된 업무를 빠르고 완벽하게 수행하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강박적 불안감이 뭉쳐서 괴기스러운 완벽주의를 만들어냈다. 완벽주의는 '실제로 완벽하다'는 뜻이 아니라 '완벽해야 한다는 신념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상태'이다.

이런저런 책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덕에 지금은 그나마 '완벽하지 못한 나는 비정상이다'라는 생각을 덜어냈다. 동료분이 해준 이야기 중에 취미 같은 것을 통해 느긋함 속에서의 여유를 찾아보라는 말도 나를 흔들었다(어디에서 한 달 동안 살아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오랫동안 내 성장의 동력을 버리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것저것 해보려고 한다.

나는 완벽에 대해 지쳐있던 것 같다. 무엇을 하고자 결정하면 바로 시작했지만, 점점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마무리가 흐지부지되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하고자 시작도, 마무리도 못 하기보다는 짧게라도 시작과 마무리를 반복하는 경험이다. 그래서 오늘은 예전에 문장 하나하나 분석하며 읽느라 지쳐서 못다 읽은 책을 끝까지 다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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