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조금씩 알아간다는 건

11. 조금씩 알아간다는 건

#나

나는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과연 나는 나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을까? 예전에는 흑백논리처럼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한쪽으로 너무 편향되게 나를 정의했다.

그러나 세상은 이분법적으로 완벽하게 나눠질 수 없다. 춥다와 덥다 그사이에 애매모호한 단계를 Fuzzy Theory라고 한다. 나도 사실은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닐까? 라는 호기심으로 이런저런 시도를 해봤다. 예상대로 피곤했지만, 생각보다 즐거웠다. 그 외에도 이전에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계획했다면, 가끔은 즉흥적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둘 다 재밌는 것 같다. 계획은 기대를 부르고 즉흥은 여유를 만들기에.

지난번에 작성한 22년 회고도 나에게는 큰 용기였다. 그래도 막연했던 생각들이 많이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내가 어떤 활동에서 재미를 느꼈으며, 어떤 욕심이 있고, 어떤 방향성을 가지려는지 조금은 명확해졌다.

#너

워낙 사람에게 관심이 없었다. 뭘 좋아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굳이 애써서 물어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누군가 말을 하면 나는 자연스럽게 듣는 입장이 되고 누군가 질문을 하면 거기에 맞는 답변을 할 뿐이었다. 내가 의도적으로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요즘 궁금한 사람이 생겼다. 평소에는 뭐 하는지, 어떤 음식을 싫어하는지, 좋아하는 스타일은 무엇인지. 지금껏 살아온 방식과 다른 행동을 하려니 익숙지 않다. 그럼에도 불편함보다 더 많이 알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삶

삶은 불확실하다. 그렇기에 재미있다. 나는 너무도 불안했다. 계속 이 상태일까 봐.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빼앗길까 봐. 그래서 본능적으로 불확실한 것보다 확실한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 삶의 축을 옮겨보려고 한다. 확실했던 인위적인 삶에서 불확실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삶은 멀리서 보면 점들이 이어져 있는 일차 함수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툭툭 끊겨있는 가우스 함수이다. 현재 내가 하는 일이 눈앞에 성장으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결국에는 이런 사소한 일들이 눈덩이처럼 커져서 나를 다음 단계로 올려줄 테니까.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의심하고 분석하고 해석하려고 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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