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제목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인상 깊은 핵심 문구

갈 곳을 모르는 적의는 언제나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게 치환된다는 부끄러움을 알게 한 그 여름날들의 현기증.

이 글을 어떻게 읽게 되었는지

군대에서 즐겨 읽은 소설의 작가님이 산문집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듣고 읽게 되었다.

저자 histroy

A.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저자 : 이도우
저자 소개 : 소설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라디오 작가,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공진솔 작가와 이건 PD의 쓸쓸하고 저릿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이종사촌 자매 수안과 둘녕의 아프고 아름다운 성장과 추억을 그린 『잠옷을 입으렴』, 시골 마을의 낡은 기와집에 자리한 작은 서점 ‘굿나잇책방’ 이야기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썼다.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깊고 서정적인 문체로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천천히 오래 아끼며 읽고 싶은 책’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 이어, 산문집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를 작업하고 있다.
yes24 : http://www.yes24.com/Product/Goods/89827405

인상 깊은 구절

  • 미처 쓸쓸할 새도 없이 살아낸 비어 있는 날짜들을 기억해주기로 한다. 기록하지 않았던 이름표 없는 보통의 날들. 여러고 풋풋했던, 인생이 평탄하고 버드나무 말고는 아무도 눈물짓지 않았던, 베게 옆에 꿈이 있어 고마웠던 그날들을 p.14

  • 살아가다 보면 그 아련한 상실에 관해 허공에 보낸 내 물음의 답장이 날아올 때가 있겠지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다 어느 완연한 봄날, 주머니에 두 손을 넣은 채 무심히 걷다가 길가에 피어난 노란 민들레를 보고 빙그레 웃고 싶다. p.18

  • 나는 친구나 지인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대신 깊고 오래 사귀는 편이고, 금세 가까워지는 건 어려워해도 한번 마음을 열면 잘 변하지 않는 편이다. p.19

  • 우리는 이미 안다. 늘 행복한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을. 과거에도 없었고 지금도, 앞으로도 없을 거란 걸. p.22

  • ‘햇빛 아래서 역사가 되고, 달빛 아래서 전설이 된다’ ... 어떤 장소에 밤에 도착하는 것과 낮에 도착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여행의 시작이라는 사실도. p.27

  • 길눈 밝은 이들을 보면 저 사람들은 나침반을 갖고 태어났구나 싶었다. 타고난 내비게이션이라 할까. p.36

  • 그러니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은 처음 쉽게 내 손에 쥐는 즐거움도 있지만, 실수로 잃어버리거나 망가져도 살짝 혀를 차고 나면 곧 잊어버릴 수 있는 것들이다. 언젠가 사라져도 크게 아쉽지 않아 더 좋은. p.41

  • 죽은 모래 같은 마음으로 강하게 서 있기보다는 방황하는 우는 모래가 차라리 자연스럽다. 굳이 힘내라고 말하지 않아도 묵묵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게 응원이라는 걸 안다. p.53

  • 사랑하는 시간대를 만나기까지 하루를 건너가며 일상은 펼쳐집니다. p.59

  • 슬픔이 녹는 속도는 저마다 달라서... 빨리 울지 않는다고 이상하다 생각 말아요. 큰 슬픔이 녹기까진 더 오래 걸리니까. 가장 늦게까지 우는 이유에요. p.124

  • 지구에서 사람이 가장 우월한 존재라는 무의시적인 믿음. p.132

  • 나는 온통 뾰족하게 날이 서 있었고 대상도 없이 분노했고 뚜렸한 형체도 없이 동경했다. p.146

  • 누군가를 아무리 아끼고 사랑해도 우린 그 대상을 영원히 지켜줄 수는 없다. 세상을 살아가며 많은 일을 겪고 나쁜 마법과도 같은 어려움도 만나겠지만, 그렇게 변한 모습을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가장 두렵다. p.153

  • 엄마, 엄마가 거정하시지만 않는다면 나는 자라 이 강변의 뱃사공이 될 거예요.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뱃사공’에서. p.154

  • 갈 곳을 모르는 적의는 언제나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게 치환된다는 부끄러움을 알게 한 그 여름날들의 현기증. p.160

  • 부드럽게 사뿐히 수면에 내려않는 라인처럼, 은유하자면 네 박자 리듬의 글쓰기이고 그건 어쩔 수 없는 희망이다. 같은 밀도의 이야기를 할 때도 가능한 한 소박하고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기를. 과장하지 않고 진솔할 수 있기를. 그저 첫 마음을 잃지 않기를. p.180

  • 길모퉁이에 아무렇지 않은 척 존재할 것만 같은 가게들. 문득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보고 싶은, 자전거를 타고 어플 지도를 보며 찾아가고 싶은 공간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의외로 함정이 많고 숨을 곳도 많아서 어느 순간 앨리스의 토끼굴 앞에 서 있는 기분이 되고 만다. p.190

  • 그러니 진실은 저 너머에 있을지 몰라도 가끔 결정적인 힌트는 등잔 밑에 있는 것. p.200

  • 봄이 와 얼음 알갱이가 녹았을 때 고요한 침묵이 흘러나오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그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묵언에도 말씀 언言이 들어 있으니 ‘말하지 않음’으로써 언어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라면. 그렇게 녹아 허공에 번지는 침묵은 아름답겠지. p.266

생각

이도우 소설가님의 책은 항상 술술 읽힌다. 문체가 좋아서인지 거리낌이 없다. 소설에서도 이렇게 느꼈는데, 산문집은 얼마나 친숙할지 기대가 되었다. 나는 특히 '적의' 부분이 인상 깊었다. 요즘 현실과 딱 맞는 챕터가 아닐까 한다. 이유없는 적의. 이유있는 적의 조차 대상이 잘못된 현실. 분노를 표출하고자 하지만, 대상이 잘못된 적의. 참 안타깝다. 내가 오버워치같은 게임을 그만두고 RPG로 넘어간 이유이기도 하다.

이전에도 그랬고, 이 책을 절반정도 읽어갈때까지, 난 작가님이 남자인줄 알았다. 그래서 더 친숙했던것 같았다. 산문집이다보니 중간 중간 자신을 묘사한 부분이 있는데, 남자가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검색해보니 여성분이셨다. 내가 가진 선입견에 제대로 속은 기분이다. 대략 1년 정도를 남자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출처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이도우, http://www.yes24.com/Product/Goods/89827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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