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강릉 바다를 보러 갔다. 군에 입대하기 전에 떠난 여행에서 경포대에서 주문진까지 해안선을 따라 걸어봤기에, 이번에는 안목으로 갔다. 30분 정도 출렁이는 파도를 보며 여러 생각을 했다.
이 여행은 아주 즉흥적으로 떠났기 때문에 귀찮은데 가지 말까?
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ktx를 예매하고 나면 가기 싫어도 가게 된다.
바다를 보니까 와보길 잘했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연구가 마음대로 안 되고, 여러 가지로 제어할 수 없는 환경에 많이 노출되어 있었다.
그런데 바다를 보니 내 생각을 옭아매던 밧줄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파도치는 것도 해변 위로 올라갔다 내려가는 것도 바다의 의지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바다는 가만히 있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세상에 내 의지대로 되는 일이 있을 수가 없다. 내 의지대로 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변수가 있다. 그 변수들을 다 통제하지 못한다고 못난 사람일까? 오히려 그 변수들을 전부 통제하려는 사람이 바보가 아닐까?
지나친 완벽주의자는 세상을 자신의 손바닥 안에서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만사 모든 일을 내 뜻대로 다룰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사람들이 더 높은 권력을 얻길 원하고, 더 우월한 위치에 오르길 원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에 미래를 예측할 정도의 완벽주의자는 없다. 그저 자신이 통제하는 변인 속에서의 완벽주의자만 있을 뿐.
완벽을 추구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완벽에 잡아먹히지 말라는 의미다.
세상일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흘러가는 대로 느껴보자.
노력하지 말라는 말도, 열심히 살지 말라는 말도 아니다. 가끔. 너무 지치고 힘들 때면, 다 놓고 흘러가는 바다를, 지나가는 바람을, 울려 퍼지는 참새 소리를 들으며 멈춰보자. 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야 한다는 강박과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한다는 압박을 내려놓고 생각을 재정리해보자.
세상에는 내가 없어도 많은 것들이 정상적으로 동작한다. 꼭 내가 있어야만 한다고 해도, 뭐 어때. 내가 힘들어 죽을 거 같아서 좀 쉬겠다는데.
어차피 우리는 기존에 습관처럼 보내온 시간이 있으므로, 쉽게 기존 루틴으로 복귀할 수 있다. 그러니 루틴이 망가지는 것이 두려워 몸을 망가트리지 말고, 몸을 지키자. 이전에 루틴을 잘 만든 사람은 기존에 만든 루틴이 영영 사라진다고 해도 루틴을 만드는 원리에 대해 잘 알고 있으므로 루틴을 다시 만드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다.
고여 있는 강이 아닌 흐르는 바다를 보며 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끄적여봤다.
적당한 휴식은 중요하다. 삶과 노동은 땔 수 없듯이 노동에서 휴식은 분리할 수 없는 요소이다. 적당한 휴식을 취하면, 외부의 관점에서 내부를 바라보게 되고,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다.
적당하게 일하고 좀 더 느긋하게 쉬어라. 현명한 사람은 느긋하게 인생을 보냄으로써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것이다. - 그라시안
때때로 손에서 일을 놓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쉼 없이 일에만 파묻혀 있으면 판단력을 잃기 때문이다. 잠시 일에서 벗어나 거리를 두고 보면 자기 삶의 조화로운 균형이 어떻게 깨져 있는지보다 분명히 보인다. -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일만 하고 휴식을 모르는 사람은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 같아서 위험하기 짝이 없다. 또한, 일할 줄을 모르는 사람은 모터가 없는 자동차 같아서 아무 소용이 없다. - 존 포드
출처: https://dailysuccess.tistory.com/256 [매일 성공하기]
어차피 우리는 매일 매일 쉬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가끔은 쉬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다.
우리는 왜 바다를 보면서 힐링을 할까?
이런 생각에도 불구하고 나는, 미래조차 예측할 수 있는 완벽주의자가 되고 싶다. 로또 당첨과 주가 예측도 불가능이 아닐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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