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 많은 일들 중 큰 일들이 일어났던 1, 4, 5, 10, 12월에 있었던 일들을 중심으로 2024년을 회고해보려한다.
1월
유일하게 남아있는 그 때의 흔적
여러 사정으로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1월에 학교 선배 형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카톡으로만 연락이 왔던 터라 그냥 봉투만 할까 하다가 2019년에 선배 형들과 다녔던 학원의 기억이 너무 좋았어서 얼굴도 뵐 겸 다녀오기로 했다. 학부생 시절 여러가지 자조적인 이유로 전공을 살려 무엇을 하겠다 라는 마음이 하나도 없었는데 결혼식장에서 뵌 선배들은 모두 전공을 살려 관련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 속 보이지 않는 구석으로 치워두었던 개발에 대한 생각이 다시 피어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2024년 목표를 개발자로의 취업으로 정했던 대전에서의 1월이 기억나 회고의 시작점으로 삼았다. 참고로 그때는 1-2달 열심히 하면 되겠지 라고 가볍게 생각했었다. 훗날에 어떤 시련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채..
4월
그 당시 친구들 단톡방에 남겼던 짤
나름의 결의를 다졌다고 생각한 1월에 비해 2-3월은 매우 초라했던 기억이 있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지금 돌이켜보면 준비를 거의 안한 상태에서 첫 취업 도전을 했던 것 같다. 당시에 인프런에서 C# 관련 강의 하나를 듣고 해당 강의 내용을 따라간 것을 통으로 github 에 올리고 그것을 포트폴리오랍시고 이력서에 끼워 돌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궁금할정도로 준비된게 없었고 자신감엔 차있던 상태였다. 가서 배우면 되지 라는 생각이 제일 컸던 것 같다.
당연하게도 처참하게 깨졌다. 서류 통과 자체를 하지 못했었다. 그 때 자기객관화 라는 것을 배우게 된 것 같다. 그 자기객관화의 내용은 "난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였다. 그래서 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운이 좋게도 5월 7일에 개강하는 학원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 개념을 배운다기 보다는 정해진 시간동안 나를 특정 일정 속에 가둬두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하지않으면 도저히 효율이 나올 것 같지 않았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5월
학원에 등원하기 전 약 1주일정도 쿠팡알바를 했다 쿠팡에서 나눠준 신발인데 외관과 착화감이 나쁘지 않아 신기했다.
본격적인 학원 등원 전에 뭔가 마음을 다잡고 싶어서 1주일 정도 쿠팡 알바를 했다. 길게 서술하긴 그렇지만 진짜 인생 최악의 1주일이었다. 몸이 힘들다기 보다는 소위 빨간조끼(관리 계약직)들의 갈굼이 좀 견디기 힘들었다. 업무때 다그치는거는 이해하겠는데 쉬는시간때 이동을 빨리하라고 다그친다거나 업무가 예상보다 빨리 끝나 창고 청소를 하고 있을때도 다그침을 넘어서 닦달을 하는 모습을 보고 인간이 싫어지는 순간이었다. 이런 현장 노가다직이 좀 잘 맞으면 개발자고 뭐고 때려치고 공장이나 갈까 생각했는데 바로 철회하고 사무직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로 결심했던 순간이었다.
학원에 대해서는 길게 말하지 않으려한다. 원래 취업하면 작심발언을 좀 하려고 했는데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이유가 있나 싶다. 뭐 한 줄 요약하자면 국비 학원 == 세금 도둑 이다. 조속한 폐지가 맞는 것 같다.
그래도 개념적으로 배운 것은 없지만, 한 달마다 약 80만원 정도의 용돈 + 공부 할 수 있는 공간으로써의 가치는 매우 높았다. 학원 교육은 내게 무익했지만 학원이라는 시스템은 내게 유익했다. 덕분에 취업했으니 말이다.
10월
취업 기념으로 구매한 노트북
이전에 작성 했던 글 처럼 10월에 취업하여 10월 21일에 첫 출근을 하였다. 그 이후 있었던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학원에서 5개월간 난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프로젝트, 팀 같은 것도 모두 내가 리딩을 했고 무엇보다도 이 상태로 현업에 나가면 실력은 좀 부족 할지언정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저 실력 부족의 이슈가 생각보다 훨씬 더 크더라. 배우는데 급급하다보니 주도적으로 일을 하기 보다는 맡은 일을 쳐내는데에 급급해진 나를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텨냈다. 회사 일이라 구체적으로 말을 하긴 그렇지만 아무튼 버텨냈다. 정말 포기하고싶은 순간이 있었지만 버텨냈다. 그 결과 꽤 큰 프로젝트를 혼자 맡아 완벽하진 않지만 마무리해냈다. 뭔가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고싶은데 아직 어디까지 말을 해도되는지 몰라 이번에는 여기까지만 말 하는게 좋겠다. 아무튼 내게 있어 2024년이 정말 힘든 해 였다면, 10월, 11월은 그 중에서도 특히 더 힘들었다. 그래도 힘든만큼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을 얻어갈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그동안의 고민은 할 수록 나 자신이 정체되고 도태되는 느낌이었는데 이번 4분기때 했던 모든 행동들과 고민들은 적어도 나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12월
이직을 하게되었다.
뭔 벌써 이직이냐 하겠지만, 많은 일이 있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직이 되어있었다. 관련 이야기는 나중에 할 수 있게되는 날이 있을 것 같다.
아무튼 2025년부터 새 직장을 다니고 있고 많은 일들을 겪을 예정이다. 이번 연단위 회고를 쓰면서 느낀점이 참 글 쓰기라는게 어렵다 라는 생각이 든다. 안그래도 글재주가 부족한 편인데, 1년동안 있었던 일들을 축약해서 작성하다보니 더 횡설수설해지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는 최소 월단위 회고를 작성해보려고 한다. 다음글은 아마 1월 회고가 될 것 같은데 그 때 2025년의 목표 소개와 좀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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