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직장
이전과는 다르게 취업에 있어 자신은 있는 상태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간과 노력을 정말 갈아넣었던지라 베이스가 어느정도 다져진 상태였고, 무엇보다 이 업계가 이런 경험있고 현장 대응이 가능한 신입에 목말라 있다는걸 어느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조급하지 않았다. 해서 이번엔 지원서를 난사하기 보다는 상장사 혹은 200명 이상의 비교적 규모가 큰 기업에만 지원을 했다.
5곳 정도에 지원했고 그 중 3곳에서 연락이 와 면접을 진행했다. 위치는 인천, 천안, 안양 이었던걸로 기억한다. 그 중 그나마 좀 가까운 인천 소재의 회사를 선택했고 입사하게됐다. 경력이 약간 있다지만 기간이 너무 짧았기에 면접때에도 기존 연봉 보존만 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앞자리를 바꿔주셔서 좀 놀랐던 기억이 남아있다.
새로 오게된 직장은 기존 직장들과 비슷하게 자동화 검사 설비를 납품하는 곳이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동안은 3차벤더 회사들을 다녔다면 이번엔 2차 벤더 회사로써 원청과 한 단계 더 가깝게 일을 할 수 있었다.
입사 초반 3개월은 그냥 놀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darknet 객체 탐지 오픈소스를 회사의 요구사항에 맞게끔 dll화 하는것이 과제였는데 원래는 이 dll을 실제 프로젝트에 도입하려고 했으나 원청에서 자사 기술을 쓰고싶다고 하여 엎어졌다. 과제 자체가 취소된건 아니어서 과제는 완료했지만, 그 외 다른일이 주어지지는 않았어서 비교적 여유로운 회사생활을 약 3개월정도 보냈다.
그렇게 3개월을 소위 '날먹'을 하고 드디어 첫 업무가 주어졌다. 위치는 구미이고, 현장에 납품이 진행되고 있는 설비에 관련된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설비의 스케일은 내가 맡았던 모든 업무를 다 합쳐도 부족해보일정도로 압도적이었다. 하나의 물체에 대해 수십장의 사진을 촬상하고 딥러닝 + 룰기반 검사가 진행되는데 그 물체의 개수가 수십개였다. 내가 거의 유일하게 꺼려질 정도로 어려워하는 개념이 멀티스레딩과 같은 동시성 처리였는데 이번 프로젝트는 내 약점을 보완하라고 명령이라도 하듯 동시성 처리의 극에 있는 프로젝트였다.
구미에서의 일정은 본사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우선 08시 30분 출근에 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아 새벽에 퇴근하기 일쑤였고 주말도 없었다.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아직 밝히지 않은 나의 2026년 상반기의 목표가 이런 빡센 일정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나쁘게만 보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개발은 언제나 재미있기에 힘들지만 즐겁게 구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나름대로 어떤 점들이 힘들지에 대해 생각을 하고 그것을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을 했었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한 가지가 클린룸이었다.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 먼지 등을 최소화 하기웨해 점프슈트 + 신발 + 마스크+ 장갑을 끼고 입실해야하는 곳이 클린룸이었는데 심지어 인터넷도 되지 않아 개발에 있어 검색, LLM 에 의존했던 과거의 내가 원망스러워질 정도였다. 그래서 얼마전부터 주말 중 하루는 LLM과 구글검색을 제외하고 IDE에만 의존해서 코딩을 하고 있다. 이 부분이 진짜 너무 힘들었고, 극복 할 수 있는 문제인지 장담을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 한창 진행중인 프로젝트기에 지금 단계에서 말 할 수 있는 내용이 별로 없어서 나중에 회고를 따로 하려고한다. 회고에 어떤 내용을 기재할지에 대해 키워드를 정리하고 있는데 정말 할 말이 많을 회고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정말..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작년 이맘때쯤엔 학원에 틀어박혀서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일이 너무 많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고민하고있는게 신기하기도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뜬금없는 내용이긴 하지만 학원에서 같이 공부했던 분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궁금하기도 하다. 다음 글은 앞으로의 1년에 대한 내용으로 작성해볼 생각이다. 나름의 계획을 가지고 있긴 한데, 좀 더 구체화해서 작성해보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