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갈 것이냐 말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baealex

소비적인 일보단 생산적인 일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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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나는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다. 아름다운 기업문화, 혁신을 꿈꾸는 사람들 주도적으로 일하는 내 모습을 그릴 수 있는 곳. 그게 스타트업밖에 더 있을까?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그곳엔 어느정도 경력을 쌓은 뒤 주도적으로 일하기에 앞서 완벽하게 일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상태이길 바란다.

의도치않게 취업준비를 하면서 한 스타트업에 입사제의를 받았던 적도 있었고 경력직만 뽑는 스타트업에 신입으로 지원하여 합격하는 쾌거를 누릴 수 있었다. 기쁘긴 했지만 걱정이 매우컸다. 한 명의 팀원이라도 제대로 된 능력을 내주지 않으면 스타트업은 곧 힘없이 떨어질 로켓이 될 것이기에 내가 그 연료를 갉아먹는 직원이 되고 싶진 않다. 내가 생각하기엔 난 아직 많이 부족하다.


한 번의 거절

나는 난생처음 받아보는 '입사제의'라는 것을 거절했다. 이유는 아래와 같다.

  •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아이디어와 직원이라는 나의 신념
  • 스타트업에서의 신입사원이라는 포지션
  • 스타트업의 문화에 대한 고민

난 내가 입사하는 스타트업이 성공하길 바란다. 마치 운좋게 당첨되는 로또가 아닌 부지런함과 노력으로 일궈낸 농작물처럼 말이다. 스타트업은 작은 규모로 사업을 시작한 구조의 기업이다. 쉽게 생각해보면 친구들과 모여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이를 사업화하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프로젝트를 구상해보면 결국 이미 존재하는 아이템이지만 좀 더 갈고 닦아서 개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아이템에 대한 수요자가 분명한지 이를 개발할 구성원들이 능력이 충분한지 분명하게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성공해야 할 스타트업이 나 때문에 더뎌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위와같은 이유로 만일 내가 입사 후 개발도중 위기에 봉착했을 때 '회사에서 나를 구제해 줄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회사는 배우러가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스타트업은 더더욱 그런 공간은 아니라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매 순간이 치열한 경쟁이다. 경쟁에서 밀리면 직원들은 직장을 잃으면 그만이지만, 경영자는 큰 부담을 안고 살아야 한다. 내가 경영자라면 득보다 실이 많을 것 같은 직원은 뽑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무언가를 지시하면 하는 일보다 알려줘야 하는게 더 많은 직원이라면 말이다. 어차피 그 직원은 연봉을 더 주려는 회사로 떠날것이 아닌가?

스타트업의 문화는 정말 아름답다. 하지만 아름다운 문화 뒤엔 내가 져야할 커다란 책임이 있으며 책임감을 가지기 위해선 어떤 요구사항에 온전한 알고리즘을 구상하고 구현할 수 있는 수준은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완벽한 상태는 '대기업 3년차'인 상태로 스타트업에 입사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코딩의 재능이 있다는 것을 어느정도 입증할 수 있으며 적어도 한 파트에 있어선 세미프로 정도는 되지 않을까? 여하지간 현재로선 스타트업의 멋진 문화에 받아들이기에 내가 책임질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만일 스타트업에 입사한다면 누가 알려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미친듯이 파고들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곳이라면 좋겠다.

거절한 이유를 다시 한 번 정리하면 스타트업에 내가 짐이되는 걸 원치않고 스타트업은 신입사원에게 알려줄 여유가 없을 것이며 그럴거라면 내가 미친듯이 파고들 분야로 진출하고싶었다.


그리고 지금

그러다 두 번째 스타트업과의 인연이 닿았다. 이 곳에서의 면접에서도 난 여전히 내가 부족하고 여기서 내 역량을 잘 발휘할지 모르겠고... 하는 듯한 뉘양스로 일관했다. 내가 면접관이라면 참 한심한 지원자라 생각할 것 같다. 그럼에도 면접관님께선 내게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 주시며 굉장히 조금스레 진행해 주셨다. 내가 질문했던 쓸데없다고 느낄 수 있는 질문에도 친절히 답변해 주셔서 뭐랄까. 면접보다는 1시간 멘토와의 상담을 받은 느낌이었다. 매우 편안했다.

다시 나는 제목과 마찬가지로 '스타트업 갈 것이냐 말 것이냐'하는 고민에 빠져야 했다. 내가 진짜 이 회사에 도움이 될까?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때 해결할 수 있는 키를 쥔 사람일까? 단순히 취준이라는 것을 벗어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수 많은 고민이 지나가다 궁극적으로 머리를 스쳐간 질문.

완벽한 순간이란 있을까?

내게 첫 입사제의를 해주셨던 스타트업의 대표님에겐 배울 점이 정말 많았다. 이 글과 똑같은 내용의 생각을 전달드렸을 때 그분께선 '그런 완벽한 순간은 없을지 모른다'고 답변해 주셨다. 기나긴 시간동안 스타트업을 유지하며 '고민보다는 행동한다'고 하신다고 말씀을 하셨을 때 난 잊고 있던 기억을 찾은 것 같았다. 내가 군대에서 그토록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말이다.

군대에서 어떤 일을 겪었을 때 나는 기도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평소엔 신을 믿지도 생각지도 않았지만 그 순간은 정말 간절했다. 그리고 그 기도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깨우쳤다. 신은 없다는 걸. 내가 기도할 시간에 해결책을 생각하고 생각을 실천했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스타트업에 가고 싶다'는 허황된 희망이 아니라 '스타트업에 가기위해 어떤 능력을 갖춰야 겠다'는 생각을. 그리고 생각을 실천하는 자세. 내가 여전히 이뤄내지 못한 다짐을 그 대표님은 실천하고 계셨다. 난 단순히 걱정 때문에 의미없는 선택을하고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아까운 시간들이다.

스타트업 갈 것이냐? 말 것이냐? 고민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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