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과대

배진오

@baealex

소비적인 일보단 생산적인 일을 좋아합니다.

때는 2019. 01. 04. 한창 스카이 캐슬로 인해서 서울대 의과대가 핫했던 시기였다. 나는 관련 연구원이라는 이유로 해당 학교에서 개최하는 세미나에 참석해야 했다. 세미나에 도착하기 전에 기대감과 긴장감에 휩싸였는데 정말 드라마에 나온 사람들처럼 똑똑한 사람들이자 지독한 사람들일지 궁금했고 그들 사이에 나와 같은 지방대생이 껴도 되는 것인가하는 긴장감이다.

나는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를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다. 내가 예서처럼 공부를 잘한게 아니라 다행이고 우리 부모님이 예서의 부모님처럼 학벌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은 공부가 전부가 아니었구나. 세상은 아름다운 거였어... '명문대생 앞에서 왜 쫄지? 난 당당한데?' 그런데 막상 나에게 현실로 들이닥친 현장에서 느껴진 감정들은 내 생각을 무참히 깨부시며 그 드라마가 단지 농민을 위해 만들어진 양반을 풍자하는 마당극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고등학생때와 마찬가지로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을 뿐 이었다.

명문대생들은 내가 이뤄보지 못한, 앞으로도 이뤄내지 못할 이 나이에 느낄 수 있는 성공적인 업적과 지위를 얻은 셈이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자연은 경쟁의 연속인데, 사람들은 '선택의 연속'은 강조하지만 '경쟁의 연속'에 대해선 말을 아낀다.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경쟁이라는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하다가 흐지부지 현실에 안주하라는 교훈을 남기고는 종영하였다. 나같은 애들은 그걸보고 '삶은 아름다운 거였어...'하면서 자위하는 거고.

난 공부를 안하는 것을 선택했지만 그 뒤에 경쟁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렇게 보면 공부를 안한다는 걸 선택한다는 건 생명체로 살아가는 것을 포기한 것과 다름이 없구나. 공부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한다.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선택하며 내가 결정한 선택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집중하고 또 집중해야 한다. 아이유는 음악과 관련된 공부를 택하였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선택에 집중했다. 자신에게 편하면서 아름다운 음색을 찾으려고 피나는 노력을 했을거다. 순전히 재능을 잘 찾아서 그런걸까? 내가 보기엔 아이유나 명문대생이 다른 공부를 택했대도 수 많은 경쟁자를 이기고 중간 이상은 갔을거라 생각한다. 그들은 공부하는 방법,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안다.

누군가 이 글을 본다면 피해망상에 찌든 내가 한심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는 내가 봐도 참 한심하지 싶다. 하지만 내가 그 자리에서 느꼈던 감정들은 잊을 수 없으리 만큼 강렬하게 다가왔다. 당시 목걸이에 학교랑 내 이름이 적혀있어서 뭐랄까... 누드비치가 아닌 바다에서 나만 벌거벗고 있는듯한 느껴본 적도 없는 치욕스러움과 부끄러움이 감돌았다.

그들과 식당에서 밥을 먹는 와중에 나는 문득 섬득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이들과 같은 자리에서 밥을 먹는게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그게 아니란걸 증명하기 위해서 진짜 열심히 살아야 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렇게 2년이 지났는데 나는 별반 달라진게 없는 것 같다. 이것은 위험한 동기부여다. 주문일 수도 저주일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위기의식을 느끼도록 해야겠다.

예서 엄마의 말이 옳았다. "해야 붙어요.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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